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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혜택 누려놓고 이제와 나 몰라라”

경방, 부동산 개발업자에 안산 반월공장부지∙공장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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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뉴스
기사입력 2020-04-03

광양종합건설, 판매 위탁…‘연말까지 안 팔리면 우리 소유’

입주기업들 “반월염색단지 내 이업종 유치 결사반대” 반발

이업종 입주 시 기존 염색특화단지, ‘일반단지로 위상 추락’

구홍림 이사장 “국내 첨단화 단지 붕괴는 곧 염색산업의 손실” 경고

 


▲“지역특화단지를 일반단지로 만든 ㈜경방은 각성하라!” ▲“섬유염색 중심 반월염색단지 와해시키는 ㈜경방은 각성하라” ▲“섬유염색 기업인과 근로자의 땀과 열정으로 일궈낸 ‘우리 반월섬유염색전문화단지’ 끝까지 사수하자!” ▲“이업종 입주 절대반대! 염색전문단지 사수하자!” ▲“염색전문협동화단지에 이업종이 웬 말이냐? 염색업종 다 죽는다” ▲“이업종이 입주하면 염색업종 부담가중 줄도산 자명사실!” ▲“집적화된 섬유염색단지 무너뜨리는 이업종 양도·양수 중단하라!” 등등.  

 

최근 반월 섬유염색단지 곳곳에 이 같은 문구의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소위 ‘100년 기업’으로 불리는 ㈜경방(대표 김준∙김담)이 반월염색특화단지 내 공장 및 유휴부지(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658) 모두를 이업종 업체에게 팔아버리자 중소 섬유염색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반월염색특화단지는 첨단화된 설비와 높은 집적도라는 특화단지의 강점을 활용해 우리나라의 섬유염색산업을 이끌어왔다. 그리고 경방과 같은 섬유 대기업들이 들어와 각종 특혜도 누려온 것도 사실이다. 

 

경방은 1984년 5월 서울 영등포공장 시설을 반월공장으로 이설하며 입주했다. 그러다 지난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반월공장과 유휴부지를 모두 처분했다. 경영 악화에 따른 재무 구조 개선 목적이다. 모두 처분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건데.

 

문제는 경방의 매각 과정이다.

지난 9일 경방은 건축 및 부동산개발업체인 ㈜광양종합건설에 처분(판매)을 위임하면서 기간 내에 팔리지 않을 경우 광양종합건설이 최종 인수한다는 조건부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약정한 (위탁판매)기간은 연말(12월 31일)까지다. 그러나 연말까지 동종업체가 인수자로 나서지 않는다면 계약대로 최종 광양종합건설 소유가 된다. 이후부터는 실소유자인 광양종합건설이 공장부지와 건물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하게 된다. 결국 이업종이건 동종업계건 광양종합건설의 선택이다. 그리고 현재 반월공장은 3월말로 운영이 중단된 상황. 

 

경방의 이 같은 무책임함에 대해 섬유염색업체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크다. 

반월염색사업조합 강선규 전무는 “그동안 단지에서 각종 특혜를 누려오다 자신들의 수익 때문이라는 이유로 사전 협의도 없이 무책임하게 공장과 부지를 팔아 버렸다. 더구나 동종업체도 아닌 이업종 업체에게 넘겨버려 매각이 완료되면 이업종 업체가 들어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업종 업체나 시설이 들어올 경우 그 수가 늘어나는 건 시간문제다. 이업종 입주라는 물꼬가 터질 경우 단지 내 경영악화로 공장 매각을 검토 중인 업체들이 손쉽게 이업종에게 넘기거나 아니면 자가 공장 중 일부를 이업종 업체에게 부분 임대 형태로 운영하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가정도 충분히 가능하다.

 

약 80여개 이상의 섬유염색가공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반월염색특화단지는 현재 국토교통부로부터 구조고도화사업 지역으로 지정되어 도로 기반 등 노후 단지 재정비와 지원시설, 복지시설 등의 유치가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입주기업들은 경방이 처분한 공장 부지에 이업종 시설이 들어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원칙적으로 반월염색단지는 이업종의 입주를 불허하고 있다.

특수성 때문인데 섬유염색가공 시 배출되는 폐수를 조합이 공동폐수처리시설로 정화 처리 후 하수처리장으로 배출하고 있다. 섬유염색가공업종이라는 집적화 덕에 폐수에서 검출될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이나 환경 관련법이 적용하고 있는 배출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그러나 이업종이 입주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이업종에서 배출되는 폐수에서 기존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던 물질들이 나올 경우 이를 정화하기 위한 다량의 약품 투입과 이에 따른 비용 상승 등 기존 이용 업체들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 이업종 입주를 불허하고 있다. 

 

앞서 반월염색단지도 이 같은 화학물질 취급업체와의 폐수처리 위탁을 검토한 적도 있었다. 결국 비용 상승과 환경법 상충 등의 문제로 무마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단지 매물로 나왔던 1곳의 염색공장 부지에 피혁 가공업체가 들어왔다. 입주조건으로 2차 가공만 가능하다는 전제였다. 피혁은 1차 가공에서 생가죽을 표백하는 과정에서 염색가공업보다 더 많은 약품량과 독성 화학물질이 투입되고 다량의 물을 사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다른 곳에서 1차 가공과정을 마친 2차 가공만 허용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업체가 이를 수용했다.

 

또 다른 문제는 유틸리티 비용 부담 증가다.

염색단지 입주기업 중에서 가장 큰 부지와 공장 규모였던 경방이 빠지면서 남아있는 중소 섬유염색업체들은 공동폐수처리시설과 열병합발전소의 스팀 공급 등의 유틸리티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됐다. 폐수처리비용과 스팀 비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마지막으로 입주업체들은 이업종이 입주할 경우 기존 특화단지가 일반 단지로 그 위상이 추락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특화단지라는 고유의 목적과 특수성이 훼손되고 곧 존립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주업체 관계자는 “요즘 경방 공장 처분 소식에 단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하루에도 몇 개씩 공장이 매물로 나오고 있는 데다 구조고도화사업 때문에 용도 변경이 가능해면 공장 대신 물류센터 등이 들어서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 측의 설명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 구조고도화추진단 조봉수 차장은 “구조고도화 사업과는 별개로 산집법(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업종의 입주를 제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염색단지의 경우 반월염색조합이 입주업체들의 동의를 얻어야 이업종이 입주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입주기업들은 불안하다. 원칙이 한 번 무너지는 순간 염색단지의 존립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13일 경방과 관련한 이사회가 예정되어 있다. 입주기업들은 경방의 무책임함을 좌시할 수 없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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