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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섬유의류산업은 필터링 中”

FITI시험연구원 글로벌사업본부 김유겸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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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뉴스
기사입력 2019-10-08

지속가능이라는 필터링을 거친 서플라이어만이 생존

폐기물 처리 책임 부과로 버진 소재 옷은 설 자리 준다

히그 인덱스 라벨 부착 없이는 해외 판매 활로 막힌다

소비자 80% 이상 소싱 관행 알리는 제품 라벨 사용 브랜드 선호

 

올 초 미국의 월마트(Walmart)가 2022년까지 미국 매장에서 판매되는 의류제품은 Higg Index FEM을 사용한 공급업체 생산제품만을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지속가능 의류연합(SAC)의 주요 평가 프로그램 중 하나인 Higg Index FEM(Higg Index Facility Environmental Module)은 의미 그대로 공장 환경측정평가다. 즉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장의 환경 수치(부담 요인)를 측정 평가한다.

 

소재의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 같은 평가의 기본 베이스는 히그 인덱스(Higg Index)다. 히그 지수는 의류 소재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환경부담 요인을 점수제로 나타내는 지수다. 에너지 자원 활용, 폐기, 화학물질관리, 노동환경 조건, 물 사용 등을 모두 일괄적으로 점수화(1~100)해 평가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히그 인덱스’다. 대표적인 친환경 업체인 파타고니아조차 84점으로 매우 엄격하다.

 

뿐만 아니라 모바일 앱을 통해 원단이 만들어진 공장, 화학염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근로자들의 복지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재활용과 재사용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힉스 인덱스와 유사한 블루사인 시스템 파트너 등도 있지만 민간 인증업체라는 한계 때문에 글로벌 의류브랜드들로 결성된 지속가능의류연합의 힉스 인덱스보다 그 영향력이 약하다.

 

아직까지 소비자들이 히그 지수에 대한 인지도는 낮지만 점차 많은 소비자들은 옷을 구매할 때 히그 지수를 확인하는 모습도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이 인증 관련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FITI시험연구원 김유겸 본부장은 “앞으로 히그 인덱스 라벨이 부착된 의류제품이 등장하고 라벨을 부착하지 못한 의류제품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불과 몇 십 년 후면 소비자는 힉스 인덱스 라벨 유무로 의류제품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나중에는 옷 가격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면 소비자들은 마음대로 옷을 살 수 없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지속가능은 거대한 물결과 같다. 다시 말해 섬유의류산업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의류폐기물과 PET병 등을 재활용한 원재료 사용을 촉구하는 브랜드와 리테일러들이 요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이미 예정된 시나리오다. 단적인 예가 지속가능한 의류연합이 힉스 인덱스를 상업적으로 운영할 벤처기업 ‘Higg.Co.,’를 설립했다. 히그 인데스를 포함한 각종 평가 관련 프로그램을 상업적으로 판매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사실 이 같은 상업적 목적은 이미 설립 당시부터 감지됐다. 초기 이사회 멤버에 펀드매니저 2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뒤에서 돈을 대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평가·인증 등)수익을 내겠다는 계산이 이미 깔려 있었다.

 

아울러 힉스 인덱스 등의 지속가능 목표 설정과 인증들은 과다경쟁시대에 몇몇의 글로벌 리딩 브랜드 또는 기업들이 경쟁 브랜드들을 시장에서 몰아내기 위한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히 있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브랜드들의 의도와는 달리 서플라이어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인증의 필요성을 체험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 이에 브랜드들은 서플라이어들을 한꺼번에 움직이게 할 묘안이 필요했고, 각종 친환경 및 재활용 그리고 생산공정의 에너지 및 물 사용, 환경영향, 근로환경 등을 추가적으로 만들어내며 서플라이어들을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브랜드 간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는 대신 서플라이어들 간의 경쟁을 촉진시켰다. 

서플라이어들은 브랜드들의 의도대로 힉스 인덱스 등을 통해 끊임없이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브랜드들은 생산능력과 품질 그리고 지속가능성 준수 여부 등의 조건을 갖춘 몇몇의 서플라이어만을 골라내어 관리한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매년 서플라이 공장 리스트를 홈페이지에 올려 공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종의 살생부다. 끊임없이 브랜드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당장 아웃(OUT)이라는 일종의 경고다. 

 

서플라이어들도 “각 종 평가와 인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며 아우성이다.

이에 브랜드들은 “그만큼 가격을 올려줄께”라며 불만을 잠재운다. 이는 브랜드들이 최종적으로 옷 가격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염두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바로 재활용 인증(GRS, RCS 등)도 한몫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취재진에게 “앞으로 버진(Virgin) 소재의 옷과 재활용 옷 중 어느 것이 더 비쌀 것 같냐”는 질문을 던졌다. 답은 버진(Virgin) 소재의 옷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정부가 재활용 원재료 사용 제품에 대해 세제 감면을 시행하면서 미주 바이어들은 서플라이어들에게 재활용 인증 원단 사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으로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에 대해 세금을 감면하는 대신 버진(Virgin) 소재에 대해서는 향후 폐기물 처리에 대한 책임 비용을 세금 부과로 전가한다는 것.

 

버진 소재 옷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올라가고 소비자들은  지속가능에 대한 인식 여부와는 상관없이 재활용 옷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버진 소재는 단순히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과 구조적 문제로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다. 2025년부터는 해외의 경우 의류 폐기물에 대한 유통판매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규정이 시행된다고 하니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보다는 더 재활용이 잘 되도록 디자인을 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물 사용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근로자의 작업환경과 노무관리 등에도 전혀 문제가 없어야 옷 한 벌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기준을 체크하고 점수로 평가하고 있는 히그 인덱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고 대표적인 징후가 바로 히그 인덱스 라벨이다.

 

이미 글로벌 브랜드들이 히그 인덱스 라벨 부착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앞으로는 옷에 히그 인덱스 라벨이 부착된 옷만이 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매장에서 친환경 제품을 고르는 고객© TIN뉴스

 

소비자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PEFC의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의 80% 이상이 책임 있는 소싱 관행에 대해 알리기 위해 제품에 라벨을 사용하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54%는 이 인증서가 환경 및 지속가능한 관행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인증서는 경쟁력을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최선의 방법인 셈이다.

이 같은 히그 인덱스 라벨 부착은 수출 목적이라면 라벨 없이 해외 진입은 어려워진다. 히그 인덱스 라벨의 인증 및 발급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테고 결국 몇 개 브랜드만이 남게 된다.

 

자연스럽게 의류시장은 독과점 구조가 된다. 공급 과잉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글로벌 브랜드들의 구현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모델이다. 일련의 모든 지속가능은 결국 이를 염두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본부장은 “브랜드 입장에서는 브랜드의 수가 너무 많고 공급과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브랜드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앞으로는 옷의 경우 필요 물량은 있지만 생산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옷 가격은 올라가며 소비자들은 비싼 돈을 지불하고도 옷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본부장은 재활용 원재료에 대해 편직과 염직 등의 엔지니어들의 불신에 대해서도 “관점의 차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기준 미달의 말도 안 되는 제품이다. 편직 및 염직업체들은 옷 표면의 슬러브함과 까칠한 촉감 그리고 버진 소재 대비 염색 시 컬러 구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엔지니어 측면에서는 재활용 옷은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관점의 문제다. 그렇다고 어느 브랜드도 친환경 제품이 좋은 제품이라고 드러내며 이야기하는 곳은 없다. 브랜드들도 소비자들이 그렇게 인식해주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은 관심도 없을뿐더러 브랜드들도 굳이 어필할 생각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 Higg Index Label이 부착된 제품  © TIN뉴스

브랜드들도 재활용 제품에 대해 품질을 기대하는지 않는다는 의미다. 재활용 제품이 대세가 된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한편 앞으로는 단순한 인증 획득을 통한 검증보다는 친환경 또는 지속가능한 완제품의 생산 과정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고 생산자는 이를 증명하는 트레킹(추적)방식으로 점차 강화되어 갈 것이다. 아울러 품질의 평준화로 이해 각종 품질 검사도 무의미해진다.

 

김 본부장은 “현재 글로벌 의류산업은 지속가능이라는 필터링을 통해 구조적으로 재편되어가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 앞으로는 브랜드들의 수도 대거 줄고, 서플라이어들의 제품 품질도 모두 동일한 수준이 될 것이다. 과거에는 브랜드와 바이어의 선택을 받고 경쟁하기 위해 품질이 중요했다. 출처불명의 소재와 원료 등 저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바이어들은 끊임없이 검증된 품질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필터링을 거친 지속가능 소재(Sustainable Material)의 옷들이 등장하고 품질은 평준화되면서 더 이상의 품질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주장했다.

 

아직은 과도기다. 그럼에도 글로벌 브랜드와 리테일들은 지속가능 목표와 전략을 공개하며 서플라이어들을 압박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섬유의류업계도 구조조정과 재편과정을 거쳐 전자업계와 같이 스트림이 심플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휴대폰 제조사와 다이얼 전화기 제조사는 회사는 모두 사라지고 스마트폰 제작업체 몇 개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섬유의류산업도 이 같은 변화를 앞두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 단계만 넘어간다면 분명히 밝은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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